
토마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단연 이탈리아다. 붉은 토마토 소스를 듬뿍 입은 파스타와 핏자, 그리고 산 마르차노(San Marzano) 토마토까지. 세계인의 머릿속에서 토마토는 이미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식재료가 되었다.
그러나 의외의 사실은 토마토의 원산지가 이탈리아가 아니라는 점이다.
남아메리카에서 시작된 토마토의 여정
토마토의 기원은 남아메리카, 현재의 페루와 에콰도르 일대의 야생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중앙아메리카와 멕시코에서 재배와 개량이 이루어졌으며, 아즈텍 문명에서는 이미 중요한 식재료로 이용되고 있었다.
오늘날 영어 tomato의 어원이 아즈텍의 언어인 나우아틀어 tomatl에서 유래한 것도 이러한 역사를 보여준다.
16세기 스페인이 아메리카를 정복하면서 토마토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전해졌다. 당시 스페인의 영향권에 있던 나폴리와 시칠리아를 통해 이탈리아에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알려졌지만, 처음부터 식탁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가지과 식물에 대한 막연한 경계 때문에 관상용이나 약용 식물 정도로 여겨졌고, 독성이 있다는 오해까지 더해져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황금 사과에서 붉은 토마토로
초기 유럽에 전해진 토마토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크고 붉은 토마토와는 달랐다. 16세기 유럽의 식물 기록에서는 노란색 또는 황금색 열매를 가진 토마토가 자주 등장하며, 이탈리아에서 토마토를 포모도로(Pomo d'oro, 황금 사과)라고 부르게 된 것도 당시 유럽인들이 처음 접한 토마토의 모습과 깊은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수세기에 걸친 재배와 선발 과정을 거치면서 붉은색 토마토가 점차 주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탈리아가 토마토를 완성한 이유
토마토가 이탈리아 식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무엇보다 남부 이탈리아의 자연환경이 큰 역할을 했다. 강한 햇빛과 건조한 여름, 지중해의 해풍, 그리고 화산성 토양은 토마토의 당도와 산도의 균형을 높였고, 과육이 단단하면서도 감칠맛이 풍부한 소스용 토마토를 만들어 냈다. 훗날 세계 최고의 소스용 토마토로 평가받는 산 마르차노(San Marzano)도 이러한 환경 속에서 명성을 얻게 된다.

하지만 기후만으로 오늘날의 이탈리아 토마토 문화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당시 남부 이탈리아는 듀럼밀로 만든 파스타와 빵,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 치즈와 허브를 중심으로 한 식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에 토마토가 더해지면서 음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토마토의 산미는 올리브오일의 풍부한 지방감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고, 올리브 오일은 토마토의 향과 풍미를 한층 깊게 끌어올렸다. 여기에 밀을 이용한 파스타와 핏자가 더해지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이탈리아 요리의 기본 구조가 완성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이 만남을 이탈리아 주방의 혁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단순히 새로운 식재료가 하나 추가된 것이 아니라, 음식의 맛과 조리 방식, 식문화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서민의 식탁에서 세계의 식탁으로
18~19세기 남부 이탈리아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다. 그러나 토마토는 수확량이 많고 저장성이 뛰어났으며, 적은 비용으로도 음식의 풍미를 크게 높여 주었다.
덕분에 빵과 파스타 같은 단순한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는 토마토를 만나 훨씬 풍성한 한 끼가 되었다. 오늘날 세계인이 즐기는 토마토 파스타와 마리나라 핏자 역시 이러한 서민들의 식탁에서 시작된 음식이다.
19세기 후반에는 홀토마토, 토마토 퓨레, 농축 토마토 등 다양한 가공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탈리아는 세계 토마토 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때부터 이탈리아는 단순히 토마토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가 아니라, 토마토를 가장 맛있게 활용하고 가장 체계적으로 가공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원산지가 아닌 문화의 완성
결국 '토마토의 나라'라는 명성은 원산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토마토에 가장 잘 맞는 자연환경을 찾고, 이를 식문화와 가공 기술로 발전시켜 세계의 기준을 만든 결과였다. 원산지는 남아메리카였지만, 토마토를 하나의 문화로 완성한 나라는 이탈리아였던 셈이다.
다음 글에서는 세계 최고의 소스용 토마토로 불리는 산 마르차노(San Marzano)가 어떻게 태어났고, 왜 지금도 토마토의 표준으로 평가받는지 살펴보자.

[이탈리아 전문 칼럼니스트]
김성욱 대표
(뽀모도로플러스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