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전공 선택이 뒤집혔다. AI가 코딩하는 시대, 철학과의 경쟁률·취업률 급상승

컴퓨터공학 선택 비율은 급락

챗GPT 등장 이후 정점을 찍었던 컴퓨터공학 열풍,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새로운 변곡점

코드를 만드는 능력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판단하는 능력으로 대학 전공의 가치가 이동하나

전공 선택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한때 대학가에서 가장 주목받던 컴퓨터공학의 인기가 눈에 띄게 약해지는 반면,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 분야가 새로운 관심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전공 선택 현황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자유전공학부에서 컴퓨터공학부를 택한 학생 비율은 2023년 28.8%에 달했지만 올해는 12.9%까지 내려갔다. 불과 몇 년 사이 선택 비중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셈이다. 특히 올해 2학기에는 선택자가 3명에 그치면서 전체의 3.5% 수준까지 낮아졌다.

 

학생들의 움직임은 생성형 AI의 등장과 맞물려 크게 달라졌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약 150명의 학생이 특정 전공 없이 입학한 뒤 2학년부터 의대와 간호대 등을 제외한 전공을 선택하는 구조다. 2021년 이후 컴퓨터공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년 60명 이상이 선택했고, 챗GPT가 등장한 2023년에는 69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프로그래밍 능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전공 선택의 분위기도 변하기 시작했다.

 

전공을 선택한 뒤 다시 방향을 바꾸는 사례도 나타났다. 올해에는 컴퓨터공학을 선택했다가 다른 전공으로 이동한 학생이 8명에 이른 것으로 제시됐다. AI 기술 발전이 학생들의 진로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취업 관련 지표에서도 변화가 관찰된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졸업생 취업률은 2021년 86.8%에서 2025년 72.6%로 낮아졌다. 반면 반도체 산업과 연결성이 높은 전기정보공학부에는 올해 자유전공학부생 18명이 진입했다.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과 함께 산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학생들이 주목하는 공학 분야의 방향 역시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가장 이례적인 변화는 철학과에서 나타났다. 철학은 오랫동안 취업과 직접적인 연결성이 낮은 전공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지표에서는 다른 모습이 확인된다. 서울대 철학과 취업률은 2021년 55.6%에서 2025년 77.3%로 상승했다. 제시된 수치만 놓고 보면 2025년에는 컴퓨터공학부의 취업률을 넘어선 것이다.

 

입시 경쟁에서도 두 학과의 흐름은 대조적이다.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 경쟁률의 경우 컴퓨터공학부는 2020학년도 7.59대 1에서 올해 4.31대 1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철학과의 경쟁률은 9.92대 1에서 15.56대 1로 상승했다. 

 

미국에서도 4년제 대학의 컴퓨터공학 신입생이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가운데 일부 AI 기업들은 철학자를 영입해 인공지능의 판단과 윤리적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이는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단순한 기술 구현 능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인공지능의 역할이 코딩과 계산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인간에게 요구되는 역량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문제를 설정하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맥락을 읽으며, 기술을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반복적인 기술 작업을 빠르게 수행할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은 문제의 본질을 찾아내고 새로운 질문을 만들며 복잡한 상황을 해석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AI가 사람의 코드를 대신 작성하는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대학 전공의 인기 지형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학의 부상 역시 이러한 변화 속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취업과 거리가 있는 학문으로 인식됐던 철학이 AI 시대에는 기술의 판단과 활용을 둘러싼 질문을 다루는 분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대학생들의 전공 선택이 단순한 취업 유망 학과 중심에서 벗어나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사고와 판단의 영역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작성 2026.08.30 20:31 수정 2026.08.3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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