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한국 청소년 26명이 2026년 9월 4일 ‘한국 소기자 중국행’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우한과 선전으로 출발했다. 한국 각 지역에서 선발된 중고등학생들이 소기자 자격으로 6일 동안 두 도시를 방문해 중국의 역사와 사회, 산업 현장을 직접 취재하는 일정이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개최지였던 경주와 올해 회의 개최지인 선전을 연결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학생들은 일제에 맞서 한중 양국이 협력했던 역사를 돌아보고, 중국의 개혁개방과 기술혁신 현장을 취재할 예정이다.
청소년 26명의 짧은 방문이 한중관계를 당장 바꾸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 작은 만남에는 오늘날 한중관계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해답이 담겨 있다. 관계의 미래를 만들려면 상대국에 대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보고, 듣고, 질문하고, 판단하는 세대를 길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중국을 얼마나 직접 알고 있는가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역사와 문화에서도 오랜 교류의 흔적을 공유한다. 그러나 두 나라 국민이 느끼는 심리적 거리는 반드시 지리적·경제적 거리와 일치하지 않는다.
특히 청소년들은 상대국을 학교수업이나 직접적인 만남보다 인터넷 뉴스와 온라인 커뮤니티, 숏폼 영상,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먼저 접한다. 이러한 정보가 모두 거짓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자극적인 장면과 갈등을 유발하는 정보가 훨씬 빠르고 넓게 확산된다는 데 있다.
중국 청소년도 한국을 실제 사회라기보다 대중문화나 정치적 논쟁을 통해 단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청소년 역시 중국을 거대한 시장, 경쟁국, 정치적 갈등의 상대 또는 여행지 정도로만 받아들이기 쉽다. 서로를 한두 개의 이미지로 단순화하면 실제 사람의 생활과 고민, 세대별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한 나라를 직접 방문한다고 해서 모든 편견이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짧은 공식 일정만으로는 상대 사회의 복잡성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직접 만남은 화면 속에서 고정돼 있던 이미지를 현실의 질문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왜 중국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할까?”, “한국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 “우리와 비슷한 고민은 무엇이고 다른 점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생기는 순간, 상대국은 추상적인 국가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가 된다.
교류의 목적은 상대국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 교류의 목표를 단순히 ‘우호감 증진’으로만 설정해서는 안 된다. 상대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의도적으로 심어주는 행사가 된다면 참가자들은 정해진 결론을 확인하는 관람객에 머물게 된다.
건강한 교류의 목표는 상대국을 무조건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직접 관찰한 사실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좋은 점은 좋다고 평가하고, 의문이 생기는 부분은 질문하며, 서로 다른 제도와 문화를 비판적으로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일정도 관광형 견학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명 건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안내자의 설명을 듣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양국 학생들이 함께 주제를 정해 취재하고, 같은 현상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기사로 작성하며, 결과를 공동 발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한에서는 한중 공동 항일운동의 역사와 양국이 기억하는 방식의 차이를 취재할 수 있다. 선전에서는 개혁개방과 첨단산업의 성장뿐 아니라 빠른 도시화가 청소년의 진로와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물을 수 있다.
학생들이 준비한 질문이 행사 관계자가 예상한 답과 다르더라도 허용해야 한다. 교류의 진정성은 모두가 같은 말을 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안전하게 말하고 경청할 수 있을 때 형성된다.
일회성 방문에서 공동학습으로
청소년 국제교류의 고질적인 한계는 행사가 끝나면 관계도 끝난다는 점이다. 출국식과 방문 사진은 남지만 학생들이 무엇을 발견했고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충분히 기록되지 않는다.
이번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소기자’라는 점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기자의 역할은 본 것을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확인하며 맥락을 설명하는 데 있다. 학생들이 귀국한 뒤 취재기사를 작성하고 학교 친구들과 공유한다면 26명의 경험은 더 많은 청소년의 학습자료가 될 수 있다.
나아가 한국과 중국의 학교가 공동 온라인 편집부를 운영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양국 학생들이 동일한 주제에 대해 각각 기사를 쓰고 번역해 비교하거나, 화상회의를 통해 상대 기사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다. 한 번의 방문이 학기 단위 공동수업으로 이어질 때 교류는 행사가 아니라 교육이 된다.
참가 학생만 혜택을 누리는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취재영상과 인터뷰, 사진, 수업자료를 공개해 일반 학생들도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참여 학생에게는 추억을 주고, 학교에는 지속 가능한 교육자료를 남기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중국어교육도 문법에서 사회를 읽는 교육으로
한중 청소년 교류는 한국의 중국어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그동안 학교 중국어 수업은 발음과 어휘, 문법, 일상회화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이러한 언어 기초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오늘의 중국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학생은 중국어를 사용해 실제 중국 사회에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 학생의 학교생활과 진로, 인공지능, 기후변화, 대중문화, 지역격차 같은 현실적 주제를 조사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어는 시험을 위한 제2외국어만이 아니다. 한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 가운데 하나를 이해하고, 동아시아의 현안을 자기 언어로 해석하기 위한 도구다. 중국어교육이 축소될수록 우리 사회는 중국을 직접 읽기보다 번역된 정보와 정치적 구호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중국어교사는 언어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을 넘어 학생이 중국과 세계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학생기자 활동과 국제교류, 중국 언론 읽기, 한중 공동수업은 이러한 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관계가 어려울수록 만남은 계속돼야 한다
국가 간 관계에는 언제든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안보와 역사, 산업, 외교적 이해가 충돌하면 여론도 빠르게 악화된다. 그러나 정치적 관계가 어려울 때마다 민간과 교육 교류까지 중단한다면 다음 세대는 갈등의 기억만 물려받게 된다.
교류는 갈등이 없을 때 개최하는 축하행사가 아니다. 의견이 다를 때도 상대를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이다. 정부 간 협상이 관계의 현재를 관리한다면 학교와 청소년의 만남은 관계의 미래를 준비한다.
물론 청소년에게 외교관의 책임을 맡겨서는 안 된다. 학생들에게 한중 우호를 대표하거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부담을 줄 필요도 없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유롭게 질문하며 경험을 정직하게 기록할 기회다.
그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기존 인상이 더 긍정적으로 바뀔 수도 있고, 새로운 의문이나 비판적인 생각이 생길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직접 경험과 사실에 근거한 판단이라면 가치가 있다.
한중관계의 미래는 거창한 선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교실에서 상대국의 기사를 함께 읽는 일, 온라인에서 또래 학생과 질문을 주고받는 일, 한 도시의 역사와 생활을 직접 취재하는 경험이 조금씩 쌓여 만들어진다.
뉴스로 본 중국과 직접 만난 중국은 다를 수 있다. 직접 만나 본 뒤에도 생각이 같을 수 있고 달라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결론을 미리 정하는 일이 아니라 판단의 근거를 넓히는 것이다.
우한과 선전으로 떠난 26명의 소기자들이 가져와야 할 가장 중요한 결과물도 중국을 칭찬하는 기사가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보았고, 누구에게 무엇을 물었으며, 그 답을 통해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솔직하게 기록한 기사다. 그런 기록이 축적될 때 청소년 교류는 보여주기식 행사를 넘어 한중관계의 가장 단단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참고자료
从新闻中看到的中国,与亲自遇见的中国并不相同
中韩关系的未来,应从青少年的相遇开始
2026年9月4日,26名韩国青少年通过“韩国小记者中国行”活动启程前往中国武汉和深圳。来自韩国各地的中学生将以小记者的身份,在六天时间里访问两座城市,亲自了解并采访中国的历史、社会与产业发展。
此次访问还具有连接两届亚太经合组织领导人会议举办地的意义。庆州是上一届会议的举办地,深圳则是今年会议的举办地。学生们还将回顾中韩两国共同抗击日本侵略的历史,并观察中国改革开放和科技创新的发展现场。
26名青少年的短期访问当然无法立即改变中韩关系。但是,这场规模不大的相遇却包含着当今中韩关系容易忽视的一项重要答案:如果希望创造两国关系的未来,就必须培养不依赖别人制造的国家形象,而是愿意亲自观察、倾听、提问并作出判断的新一代。
我们对中国究竟有多少直接了解
韩国与中国地理距离很近,在经济上也保持着紧密联系,在历史与文化领域更拥有长期交流所留下的共同痕迹。然而,两国国民所感受到的心理距离,并不一定与地理和经济距离相一致。
尤其是青少年,他们对对方国家的最初印象,更多来自网络新闻、线上社区、短视频和推荐算法,而不是学校课堂或面对面的交流。
这些信息并不都是虚假的。真正的问题在于,具有刺激性的场面以及能够引发冲突的信息,通常会传播得更快、覆盖得更广。
中国青少年也可能主要通过大众文化或政治争论片面地认识韩国。韩国青少年同样容易把中国仅仅理解为巨大的市场、竞争国家、政治冲突的对象或旅游目的地。一旦把对方简化为一两个固定形象,真实社会中的普通人、生活方式、现实烦恼以及不同世代之间的差异便会消失。
亲自访问一个国家,并不意味着所有偏见都会立即消失。仅凭短暂的官方行程,也很难充分理解对方社会的复杂性。但是,面对面的相遇至少可以成为一个起点,把屏幕中已经固定的国家形象转变为现实中的问题。
当学生开始提出“为什么中国学生会这样想”“他们对韩国了解多少”“他们面临的哪些问题与我们相似,又有哪些不同”等问题时,对方国家便不再是抽象的政治概念,而成为由具体的人生活其中的真实社会。
交流的目的并不是让青少年喜欢对方国家
不能把青少年交流的目标简单设定为“增进友好感情”。如果交流活动只是试图让参与者形成对对方国家的正面认识,那么学生最终只能成为按照既定结论参观和学习的观众。
健康的国际交流不是要求青少年无条件地喜欢对方国家,而是让他们根据亲自观察到的事实独立作出判断。他们应当能够肯定值得肯定的部分,也能够对产生疑问的现象提出问题,并对不同的制度和文化进行批判性比较。
要实现这一目标,交流活动就必须摆脱单纯的观光式参访。只是在著名建筑前合影、听取讲解人员的介绍,并不足以形成真正的理解。
两国学生应当共同确定采访主题,从不同角度报道同一现象,并对采访结果进行共同展示。例如,在武汉可以采访中韩共同抗日的历史,以及两国今天对这段历史的不同记忆方式;在深圳则不仅可以了解改革开放和高新技术产业的发展,还可以询问快速城市化如何影响当地青少年的生活与职业选择。
即使学生提出的问题与活动组织者期待的答案不同,也应当得到允许。交流的真实性并不来自所有人说出相同的话,而是来自不同意见能够被安全表达并得到认真倾听。
从一次性访问走向共同学习
青少年国际交流长期存在的局限,是活动结束以后关系也随之结束。启程仪式和访问照片能够保存下来,但学生究竟发现了什么、原有想法发生了怎样的变化,往往没有得到充分记录。
此次活动的参与者被称为“小记者”,因此具有特殊意义。记者的职责不是简单介绍自己看到的事物,而是提出问题、核实事实并说明背景。
如果学生回国后能够撰写采访报道并与学校同学分享,那么26个人的经历便可以转化为更多青少年的学习资料。
中韩学校还可以尝试共同运营线上学生编辑部。两国学生围绕同一个主题分别撰写文章,经过翻译后进行比较,也可以通过视频会议回答对方文章提出的问题。当一次访问能够延伸为一个学期的共同课程时,交流就不再只是活动,而会真正成为教育。
同时,还应改善只有少数参与者获得交流机会的结构。采访视频、照片、报道和课程资料应在适当范围内公开,使没有参加访问的学生也能学习和使用。一个成熟的交流项目,应当既给参与者留下个人记忆,也给学校留下可以持续使用的教育资源。
中国语教育应从语法学习走向社会理解
中韩青少年交流也说明了韩国的中国语教育今后应当走向何处。长期以来,学校的中国语课程将较多时间用于发音、词汇、语法和日常会话。这些语言基础当然不可缺少,但仅凭这些内容已经难以充分理解今天的中国。
学生应当能够使用中国语向真实的中国社会提出问题。他们需要调查中国学生的校园生活和职业选择,也需要讨论人工智能、气候变化、大众文化和地区差距等现实议题,并用中国语表达自己的观点。
中国语不仅是一门为考试而学习的第二外语,也是理解韩国最重要邻国之一、独立解释东亚问题的重要工具。学校中的中国语教育越是萎缩,我们的社会就越可能放弃直接阅读中国,而依赖翻译后的信息和政治口号认识中国。
因此,中国语教师的职责也不能停留在传授语言知识上。教师还应引导学生批判性地理解中国和世界。学生记者活动、国际交流、中国媒体阅读以及中韩共同课程,都可以成为实践这种教育的重要方式。
两国关系越困难,交流越不能中断
国家之间随时可能发生矛盾。当安全、历史、产业和外交利益出现冲突时,社会舆论也可能迅速恶化。但是,如果每当政治关系出现困难,民间和教育交流也随之中断,那么下一代能够继承的就只剩下冲突的记忆。
交流并不是在没有矛盾时举行的庆祝活动,而是在双方意见不同时仍能理解彼此、维持对话渠道的社会基础。如果说政府间谈判管理的是两国关系的现在,那么学校和青少年的相遇准备的就是两国关系的未来。
当然,我们不应把外交官的责任交给青少年,也没有必要要求学生代表中韩友好或承担改善两国关系的任务。他们真正需要的,是用自己的眼睛观察、自由提出问题并诚实记录亲身经历的机会。
在这一过程中,他们原来对中国的印象可能会变得更加积极,也可能产生新的疑问和批评。无论出现哪一种结果,只要判断建立在直接经验和事实基础之上,就具有价值。
中韩关系的未来并不是仅靠宏大宣言创造出来的。它来自课堂上共同阅读对方国家的新闻,来自两国同龄人在线上互相提问,也来自学生亲自采访一座城市的历史与生活。这些微小经验不断积累,才能形成稳定的关系基础。
从新闻中看到的中国,与亲自遇见的中国可能并不相同。即使亲自访问以后,原来的想法也可能保持不变,也可能发生变化。重要的不是提前规定学生应当得出什么结论,而是帮助他们扩大作出判断的事实基础。
前往武汉和深圳的26名小记者最应该带回来的成果,也不应是一篇单纯赞美中国的文章。他们需要诚实记录自己看到了什么,向谁提出了什么问题,又如何因为得到的回答而改变或深化了原来的思考。
只有当这样的记录不断积累,青少年交流才能摆脱展示性活动的局限,真正成为中韩关系中最坚实、最持久的社会资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