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국경 안쪽 최대 4km에 새 군사 지대를 세우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이스라엘 공영방송 KAN이 보도했다. 이름은 '회색 선(gray line)'. 완충지대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점령의 단계적 심화라는 우려가 커진다. 2024년 휴전과 2026년 미국 중재 합의에도 남부 공습은 멈추지 않아, 나바티예에서 18세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중동의 화약고, 레바논 국경에서 긴장이 다시 치솟고 있다.
발단은 나바티예주의 알리 타히르 고지다. 이스라엘군은 이 일대에서 헤즈볼라의 땅굴망을 파괴하고 '작전 통제'를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가자·서안·시리아 등 여러 전선에 병력이 분산돼 소모가 커지자, 배치 구역을 줄여 상비군과 예비군의 부담을 더는 계산도 깔려 있다. '회색 선'은 그 재배치 구상의 이름이다.
KAN이 유출한 계획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국경에서 내륙으로 최대 4km에 이르는 군사 지대를 만들어 레바논 영토를 상시 작전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다만 이 계획은 정치 지도부의 승인을 아직 받지 않았고, 논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알리 타히르 점령을 '핵심 단계'로 규정하며, 헤즈볼라가 완전히 무장 해제되고 북부의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점령지에서 철수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문제는 휴전이 종이 위에만 남았다는 점이다. 2024년 11월 발효된 휴전과 2026년 6월 미국 중재의 단계적 철수 합의에도, 남부를 겨눈 공습은 멈추지 않았다. 나바티예의 민간 거주지를 노린 이스라엘 전투기 공격으로 18세 여성이 목숨을 잃고 민간인 5명이 다쳤다. 전직 의원 하비브 사디크의 역사적 저택은 문화센터로 쓰이다 잔해가 되었다. 만수리 마을에는 드론 14차례가 쏟아졌고,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상공에는 정찰 드론이 낮게 떠돌았다.
완충지대라는 이름은 부드럽다. 그러나 그 선이 지나는 자리마다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스러진다. 종이 위의 휴전과 땅 위의 포화, 그 간극에서 레바논 남부는 또 한 번의 겨울을 맞고 있다. 회색 선이 지운 것은 국경만이 아니다.












